장편야설 그녀들의 시간 - 8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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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야동의민족 댓글 0건 조회 9,760회 작성일 25-01-23 08:16본문
"누구세요"하는 소리가 채 끊기기도 전에 현관문이 열렸다.
" 왠일이야? "
" 아.. 그냥.. "
" 뭐.. 일단 들어와 "
" ..네 "
그녀는 아무일도 없다는 것 처럼 담담하게 말했다.
이 상황이 당황스러운건 그녀여야 했지만, 오히려 내가 당황하고 있었다.
들어오라는 그녀의 말에도 쉽게 들어서질 못하고 쭈뼛거리며 문 앞에 서있다가,
현관 안 쪽에서 빤히 쳐다보는 L의 시선에 얼른 들어섰다.
빼꼼하게 열린 문 틈으로 보았던 그 모습과 다를게 없었지만,
긴장감에 가슴 한 켠이 답답한 듯 느껴졌다.
따라 들어서긴 했지만 신발을 벗고 현관앞에 멍하니 서 있을수 밖에 없었다.
" 뭐해? 이리와서 앉아 "
" .. 아... 네... "
여느 직장인의 자취방처럼 특별할 것 없는 집이었다.
그녀가 가르킨 거실엔 작은 테이블과 좌식의자만 놓여 있었다.
다른 사람의 출입은 거의 없는 듯 의자는 하나 뿐이었다.
덥석 의자에 앉을수도 없어, 바닥에 앉았다.
무릎 꿇어야 할지 편하게 앉아야 할지 몰라 몇 번이나 자세를 바꾸다가,
편하게 주저 앉았다.
소심했지만,
그녀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다.
" 밥은? "
" 아.. 아뇨.. 괜찮아요 "
" 여긴 왠일이야? "
그녀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.
짧은 바지에 민소매 티를 입은 그녀의 몸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.
" 왜 말이 없어? "
" 아 .. 그냥 오늘 병원에.. 못가서.. "
" 아.. 오늘 수요일이야? 그렇네. 무슨일 있었어? "
" 아.. 아뇨 그건 아니고... "
화라도 내주었음 하는 내 맘과는 다르게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.
일부러 그러기라도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.
난 별 말도 없이 그녀가 따라다 준 주스만 홀짝거리며 마셨다.
그녀도 말 없이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을 뿐 이었다.
막상 오긴 했지만,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나질 않았다.
한바탕 쏟아 부을려던 심산이었지만,
입을 떼는 것 조차 쉽질 않았다.
사실 내가 무슨 생각인지 나도 알 수 없었다.
무엇을 바라는 건지 어떤 생각인지,
어떤 말을 하기 위해 여기에 온건지 알 수가 없었다.
" 저.. 저기 ..."
" 응? 뭐? "
고개들어 쳐자보는 그녀의 시선에 억지로 뗀 입은 저절로 다물어 지고,
더 이상 말이 나오질 않았다.
" 뭐야? 할 말있으면 하고 "
" ... 오늘 다른 .. 사람 만났어요. 그래서 병원에.. 못 갔어요 "
" 아 그랬어? "
" 끝.. 이에요? "
" 뭐가? "
" .. 화.. 안나요? "
" 내가 왜 ? "
우습기라도 한 듯 웃으며 그녀가 되 물었다.
말 문이 막혔다.
오늘 하루, 아니 며칠 전부터 혼자 고민하고 자책했던 내 꼴이 정말 우스웠다.
" 그 말 할려고 온거야? "
" .. 왜.. 화가 안나요 ? "
" 내가 왜 화를 내야 되는 건데 ? "
" 그 쪽이 시켰잖아요. 수요일 날 오라고... 근데 다른 사람 만났다니까요...
그냥 밥 먹고 그런게 아니라 플 할려구요.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요? "
" 그래 ? 좋았어 ? "
발끈하는 마음에 고개들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 보며 따지듯 말했다.
내 말에 그녀의 눈썹이 잠깐 꿈틀하는듯 했다.
하지만 말투나 어감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.
화를 내줘야 했다.
아니 화를 내야 맞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.
" ... 때려.. 주세요.. "
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벗었다.
겉 옷을 아무렇게나 벗고, 속옷마저 벗었다.
옷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않고 널부러둔 채, 그 자리에 서있었다.
축축하게 젖어 오는 느낌이 들었다.
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,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말할수 없을 것만 같았다.
무엇보다 그녀의 화난 모습이 보고 싶었다.
화가 나서 마구 때려 주었으면 했다.
" 옷 입어 "
" .. 그쪽이 아무렇지도 .. 않다고 해도.. 잘못한거 잖아요.. 때려 줘요... "
" 그럴 생각 없어. 옷 입고 가봐 "
" ... 싫어요.. "
" ..뭐? "
" ... 왜 화를 안내냐구요!.. 그 사람이랑 좋았어요.. 플 하는것도 좋았고,
섹스도 했구요!..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? .. 내가 아무나 만나서 무슨 짓을 ...!... "
- 짝 -
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일어서 내 뺨을 때렸다.
한 쪽 뺨이 얼얼하고 뜨거워졌다.
맘껏 떠들어 댔지만 정말 겁이 났다.
" 잘못한거다 뭐다 하지만, 그저 맞고 싶어서 온거지?
그렇게 말하면 화내면서 때려줄것 같았어 ? "
" .. 그건 .. 아니에요!.. "
" 시끄러워. 대답도 하지마. 맞고싶어? 손으로 무릎잡아 "
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.
괜한 짓을 했다 싶었다.
하지만 지금 옷을 입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.
단지 그녀가 시킨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.
- 휘잉 -
방에서 나온 L은 예고도 없이 케인을 휘둘렀다.
" 하악! "
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.
멍이 들어있기도 했지만,
L은 정말 화가 난듯 매섭게 케인을 휘둘렀다.
무릎이 구부러지고 가쁜 숨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.
".. 아악!... 하아..-... 하... 제발... "
" 똑바로 일어서. 무릎 잡아. "
몇 대나 맞았을까..
쉴 틈도 주지 않는 그녀의 매질에 다리에 힘이 풀려 반 쯤 주저 앉았다.
맞고 싶었던 마음과는 다르게 당장의 아픔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.
하지만 비틀거린다고 그녀가 멈출것 같지 않았다.
바들거리는 팔에 힘을 줘 다시 무릎을 잡았다.
그녀는 쉬지 않고 케인을 휘둘렀다.
마구 휘두르는 케인은 전과 달랐다.
엉덩이며 허벅지 할 것 없이 마구 때려댔고,
숨 돌릴 여유조차 주질 않았다.
" 그... 그만... 하악!... 악..!... 하아..-.. "
내 그곳은 젖어 들었지만, 살갖이 뜨거워지고 찢어질듯한 아픔이 계속 되었다.
애원하듯 그녀에게 말했지만, 듣지 않는 듯 했다.
오히려 내가 매달릴 수록 더욱 모질게 케인을 휘두르고 있었다.
" 왜? 맞고 싶어 했잖아. 이 정도도 못 버틸 거였으면서 그랬어? "
딱히 대답할 수 없었다.
그녀의 말에 괜한 오기가 생겼다.
하지만 떨려오는 팔과 온 몸에 맺히는 땀은 어쩔수가 없었다.
이를 꽉 깨물었다.
한 대 한 대가 견딜 수 없을 정도였지만,
어떻게든 참아내고 견뎌야 했다.
안 그래도 멍자국이 남아있던 엉덩이는 보기 흉하게 부어 올라 있을 것이 분명했다.
억지로 참아 내고는 있었지만,
바닥으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.
온 몸에 힘을 주고 이를 깨물어 봐도 고통은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.
" .. 일부러 그랬어요.. 하아...-.. 그렇게 하면 화라도 낼 것 같아서..
아무 사이도 아닌게 싫어서.. 아악..!.. 그렇게하면 바뀔 줄 알았어요..!.. "
" 시끄럽댔지. "
신음과 가쁜숨이 계속 흘러나와 말을 잇기 힘들었다.
악을 쓰듯 소리지르며 말했지만, 그녀는 멈추질 않았다.
" ...하악... 제발... 잘못... 아악!... 제발 그만해주세요.. 어떤 마음인지 몰라서 답답했어요..
혼자 이러는 것 같고... 자꾸만... 더 깊게 빠지는 제가 무서웠어요... 주인님이라 부르고 싶었어요.. "
견딜 수 없어 무릎꿇고 주저 앉았지만, 부어오른 허벅지와 종아리가 맞닿자 더욱 고통이 심해졌다.
꿇어 앉지도 못해 반 쯤 앉은 채,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.
" 일어나 "
" ... 제발... 너무.. 아파요.. 이렇게 하면.. 잡아 줄 것 같았어요.. 받아 주실 꺼라 생각... 했어요.. "
" 두번 이야기 하기 싫어. 똑바로 일어서 "
결국 이 말이 하고 싶었었다.
그녀에게 받아달라 거둬달라 말하고 싶었다.
하지만 그녀의 반응이 두려워 시원스레 말하지 못하고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.
엉덩이며 허벅지는 더 맞을 곳이 없을 정도로 부었고 너무나 아팠지만,
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.
잠깐 틈이 있어서 였는지, 더욱 부어오른 엉덩이는 가만히 있어도 참을 수 없이 아팠다.
비틀거리며 겨우 일어섰다.
" 그래서 다른 사람 만나니까 좋았어? "
" .. 아뇨!... 안했어요.. 맞으면 이런 생각들이 덜 해질까 싶어서 때려달랬는데,
못하겠어서 안했어요.. 몇 대 맞긴 했지만 정말 그 이상은 없었어요. "
" 거짓말 한거야? 그저 맞으면 좋아서 질질 싸는 주제에 날 가지고 논거야? "
" ... 아뇨 그런게... 아니라... "
" 꽉 잡아. 움직이면 정말 가만 안둬 "
잠깐 쉬었던 탓인지, 그녀의 매질은 더욱 아팠다.
겁이나서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.
한번 흘러나오기 시작한 눈물은 쉽사리 멈추질 않았다.
잔뜩 부은 엉덩이엔 점점 감각이 없어지는듯 했다.
적응이 되는건지 아니면 더 이상의 아픔을 느낄 수 없는건지,
시간이 갈수록 덜해지는것 같았다.
정말 그녀는 내가 거짓말은 한 것에 화가 난 걸까.
아님 다른 사람은 만난것에 화가 난 걸까.
- 틱 -
부러졌다.
계속되는 매질에 탄력있던 케인도 더 이상 견뎌내질 못했다.
부러진 케인의 끝에 생채기가 난 듯 따가웠다.
조각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도 주저 앉았다.
온 몸엔 땀이 비오듯 했고, 멈춘 매질에도 떨리는 몸은 멈출 줄 몰랐다.
손에 쥐고 있던 나머지 조각을 L이 던져버렸다.
" 하악...하...-... 감...감사합니다. "
가쁜 숨을 골라내고 있었지만, 심한 매질의 휴유증은 쉽사리 가라 앉질 않았다.
L도 옅은 숨소리를 내며, 숨을 고르는 듯 했다.
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.
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고, 그렇다고 다리에 힘을 줘 설 수도 없었다.
끝났다는 안도감에 터져나온 눈물인지 뭔진 몰라도 계속해서 눈물만 쏟아졌다.
" 잘..못했습니다..일부러... 거짓말 하고...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... 그냥 너무 답답해서...
이러.. 다간 영영.. 이대로 끝일...것 같아서... 언제든 .. 못..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.. 흑...
제발... 이게 .. 끝이.. 아니라고 해주세요... 절... 거둬 주세요... 제발.. 받아주세요.. "
온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채,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했다.
우스운 꼴이었겠지만,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.
L의 뭐라하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하고 싶었다.
"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닌것 같은데? 다른 사람을 만나고 와서 받아 달라? "
" 잘못..했습니다.. 제발.. 기회를 주세요... "
" 날 가지고 논 걸로 밖에 안 보이는데?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멋대로 행동해? "
" .. 어떻게 말해야.. 할지 몰라서.. 저도 제 생각이 어떤 지도 모르겠고... 안 받아 주실거 같아서.. 겁이 났어요.. 아학!....하아.. "
" 똑바로 앉아서 똑바로 이야기해 "
L이 발로 내 다리를 짖눌렀다.
압박감에 억지로 무릎 꿇어 앉았지만, 엉덩이의 통증이 견디기 어려웠다.
피해볼려 했지만 피할수 없었다.
뒷꿈치에 닿이지 않게 피해가며 그나마 편한 자세를 찾을 수 밖엔 없었다.
그녀는 곧 발을 떼주었지만, 그대로 앉아있어야만 했다.
" .. 제발.. 용서해주세요.. 잘못했습니다.. 다신 이러지 않겠습니다.. "
" 섭을 들일 생각도 없었고, 더군다나 너 처럼 멋대로인 섭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. "
" .. 멋대로 하지 .. 않겠습니다... 받아주신다면.. 절대 이런일 없도록.. 하겠습니다. "
그렇게도 어려웠던 말은 처음이 어려웠을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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